광주문화예술회관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서트)
지난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광주문화예술회관 초청, 여행 인문학 마지막 콘서트
"슬라브 민족의 위대한 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진행하였습니다.
동로마 제국 멸망 이후 로마 제국의 계승자로 자처했던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가
시작된 후 왕위에 오른 표트르 대제는 240년 동안 러시아를 지배했던 몽골문화의 타파,
서구화에 매진, 내륙국가에서 해양국가로 발돋음 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
수도로 정하였습니다. 이러한 표트르 대제의 개혁은 쿠데타로 성공한 여제 예카테리나 2세가
이어받아 유럽 문화의 러시아 이식을 완성시키며 부국강병과
체제를 견고히 해나갔습니다. 그들이 꿈꾸었던 슬라브 민족의 꿈을 드보르작 작품인
슬라브 무곡의 리듬과 선율에 맡겨 교감해보았습니다.
오랫동안 나라의 기반이었던 농노제도가 폐지되고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었습니다. 왕족, 귀족이 주도하는 러시아의 전통과 무조건적인 서구화에 반대하며
슬라브주의라는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미술, 문학, 음악등에서 강렬한 민족적 정서를 담아
정체성을 찾으려는 지식인층이 등장하였고 그들 중 풍속화, 역사화, 풍경화를 통해 역사와 민중의 삶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 했던 이반 크람스코이, 일리야 레핀, 바실리 수리코프등 이동파라고
불리던 화가들이 러시아 리얼리즘을 대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민중들의 애달픈 삶의 정서와 그 속에서 꿈꾸었던 사랑을 얀 프렌켈의 백학, 알라 푸가초바의 백만송이 장미를 통해 감상하였습니다.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이름을 딴 도시가 생길 만큼 러시아 근대문학의 길을 열었던
푸시킨, 그의 문학은 신고전주의, 낭만주의을 거쳐 리얼리즘으로 가는 길을 반영하였으며
작곡가들에게는 음악적 영감의 원천을 제공하였습니다. 부활, 전쟁과 평화등 몸소
선을 실천하고자 했던 톨스토이, 사실적이며 심리적 묘사를 통해 당대 러시아의 현실과
방향성을 제시했던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집필했던 도스토예프스키등
푸시킨의 후예들은 러시아의 꿈과 고민들을 펜으로 한자 한자 써내려 갔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서구파와 슬라브파의 대립은 여전하였습니다. 예술 비평가였던 스타소프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대본을 쓴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르 공중 플로베츠인의 춤과 푸시킨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술탄 황제의 이야기중 왕벌의 비행을 감상하시면서 러시아
문학의 묘미를 음악으로 느껴보았습니다.
위대한 러시아 작곡가들을 배출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이 음악원에서 30년 이상 교수로서 재직하며 세헤라자데등 훌륭한 관현악 작품들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스트라빈스키등을 가르친 러시아 음악의 큰 기둥이었습니다.
그의 영향력 아래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의 민족적 정서와 낭만주의 음악을 융합시켰으며
스트라빈스키는 20세기 새로운 음악의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러시아의 계급, 문화간
갈등과 반목의 모습들을 차이코프스키는 음악에서 화해시키려 하지 않았을까? 라는
궁금증을 생각해보시면서 현악 4중주 1번,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그리고 호두까기 인형중
행진곡, 꽃의 왈츠를 감상해보았습니다.
김이곤 예술 감독의 해설과 솔리스 첼로 앙상블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내가 원하는 꿈의 여정을 걷고 있는지, 그 꿈은 흔들리고 있진 않은지
오늘의 공연 “슬라브 민족의 위대한 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